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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입장>추경예산안 국회 졸속심사 유감(遺憾)
정종섭 의원실 조회수:255
2018-05-21 22:18:54

<정종섭의 입장>
추경예산안 국회 졸속심사 유감(遺憾)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3조 8천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저는 본회의장에서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절차도 적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용도 정당하지 않은 추경안에 찬성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회법은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법안과 예산심사는 상임위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기초로 본회의에서 표결해 최종적으로 확정합니다. 다만, 예산안의 경우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본 심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국회법 §84 ①, ②). 하지만 이 경우에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비목(費目)을 설치할 경우에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여 상임위 권한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국회법 §84 ⑤).

 

그럼에도 저는 이번 추경안 예산심의를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오후에 ‘16일 오전 9시 30분까지’로 예비심사종료 기일을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상임위 심사를 무력화시킨 것입니다. 국토위 외에도 산업위, 행안위, 교문위, 과방위 등에서는 추경안을 상정도 않고 예결특위로 넘겼습니다. 이번처럼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생략할 수밖에 없도록 촉박한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포기하는 처사입니다.

 

제가 속한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예산규모는 5,362억원이고, 총액 기준으로 약 14% 수준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고, 모두 국민 혈세입니다. 이번 추경안은 주말과 일요일을 빼고, 의결한 오늘을 제외하면 달랑 3일만에 통과되었습니다. 93개 사업, 3조 8천억 규모 추경안을 이렇게 빨리 통과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런 졸속심사는 모두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문재인 정부의 추경은 국가재정법 위반입니다.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추경예산 편성은 ①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②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③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위기에 처한 청년일자리, 중소기업, 구조조정 지역을 지원하는 ‘응급추경’이라 주장합니다. 자유한국당도 청년실업문제와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합니다.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이념을 떠나 적극 협의하고 추진할 의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실업문제나 구조조정 지원 등은 어느날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로 국가재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추경 요건에 맞는지 의문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이번 추경안에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이 많았음에도 이러한 절차 없이 편성했습니다

 

정부가 늘어나는 지출 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기본적인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은 사업들을 추경안에 포함시킨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셋째, 작년에도 정부는 일자리 예산이라며 추경을 포함하여 25조 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세금을 투입했지만 2017년 4월, 전년 동월대비 42만 명 증가했던 취업자 수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그치는 등 고용 수준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민간소비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올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6%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투입하는 예산의 액수보다 예산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청년취업을 명분으로 일괄적인 자금지원을 하거나 일자리를 기업이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으로 공무원과 공공분야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하더라도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문제가 생길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의미한 추경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OECD 32개 회원국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국가 채무 증가율은 11.6%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7.0%), 그리스(4.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의 빚 증가는 경제가 성장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과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문재인정부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오늘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안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상당수 정책이 높은 지지율에 기대 최소한의 절차적 적법성과 내용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높은 지지율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를 주지 않습니다. 의사결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적법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아무리 좋은 내용도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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